삶의 진실을 찾아서

30. 절망과 축복 본문

외로운 투쟁

30. 절망과 축복

gincil 2014. 2. 7. 01:47

나의 생각 속에서는 내가 찾기만 한다면 나의 주위에도 우리의 사회를 구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동지가 있을 줄로만 믿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찾아 길을 헤맸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의 마음은 외로움을 느꼈다. 마음에 안달이 생기고 가슴이 답답했다.

몇 년 동안 따라 다니는 우환 때문에 집안의 가계가 어려워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이제는 서울에 올라가서라도 일을 벌여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여비를 구해오라고 아내를 보고 채근했다.

나의 생각은 오직 옳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이겨야 한다는 양심뿐이었다.

개인을 괴롭혀 사회에 불신을 만들고 국가를 기만하여 어려운 재정을 축내는 악질들을 사회에 고발하여야 한다는 사실만이 나의 가슴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충고따위는 재수없는 여자의 소리로 여기면서 서울에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곳에 가면 억울한 양심을 구해줄 사람이 있을 줄 믿었다.

그렇게 믿고 서울까지 올라갔는데도 이젠 나의 계산에 완전히 착오가 생기기 시작했다.

알 만한 국회의원을 찾아가 보아도 사회의 정의나 국가의 현실에 대해서는 말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답답한 김에 정당이란 곳을 찾아다녀도 나의 투쟁에 대해 말이나마 지원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당장 느낀 것은 모멸과 비웃음 뿐이었다.

나와 절친했던 옛 동지들조차도 어찌된 일인지 이런 나를 피했고 또 억지로 출세를 한자들은 더욱 상대조차 해주지 않으려고 했다.

정말 세상이 이럴 수가 있을까 나의 마음은 안타까움을 지나 미치려고 하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나를 타이르기만을 하였고 답답한 세상 일들은 외면하려고 했다.

나는 사람들의 꼴을 보고 기가 막혔다. 그 많은 서울 사람들도 이젠 앵무새가 되었다는 말인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행동에 분노보다 웃음이 섞여 나왔다. 생각을 바꾸어 바라보니 무대 위에 펼쳐진 희극으로 보였다.

나는 지금까지 고집스런 자신이 우스워졌다. 이런 곳에 찾아와서 무엇을 기대했단 말인가.

나의 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죽음과 그 죽음보다 더 괴로운 마음뿐이었다.

장차 세상은 어떻게 되어갈 것인가. 도적을 보고도 잡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생각했다. 그러한 속에서 나의 마음은 점점 절망의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나는 나의 그런 머리 속을 정리해 버렸다. 나의 기억을 죽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쓸모 없는 사람들을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당했던 일들을 씻어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부터 다시 인생의 첫 길을 시작해 보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비로소 내 자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 속에도 세상을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그리해서 나는 지금까지 나 자신을 얽어매었던 자만을 풀기 시작했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기가 더 고독하고 더 힘들어도 나는 이 땅에서 제2의 나의 인생을 구해야 한다는 판단이 되살아 났다.

바로 그 순간 가슴 속에서 다시 생명의 강한 불길이 머리로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이 뜨거워진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온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몸이 떨리고 뜨거워졌다.

나는 이 순간 높은 곳을 향해 축원을 시작했다.

저는 적으로부터도 존경을 받도록 자신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비로소 나는 남을 위해, 내 자신이 걸어왔던 운명을 뒤돌아 보며 인생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나온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었다. 나의 정신이 점점 맑아지고 손이 떨렸다.

미래의 젊은이를 위해 또 조국의 앞날을 생각하며 원고지에다 글을 적었다.

나의 몸 속에서는 두려움이 없어졌다. 대신 커다란 감동이 생겨났다. 그러니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때까지 지니고 있던 여러 가지 몸 속의 질병들이 한 가지씩 사라져버린 것이다.

누구라도 들으면 믿지 못할 일이 생기고 있었다.

극심했던 해소 기침이 멈추었고 붉은 코가 제 색깔을 내었다. 답답한 가슴 속의 병들이 나아 버렸다.

멀쩡하게 달라진 나를 보고 아내는 신기해 했다. 내가 사실을 이야기하니 귀신이 붙은 거 아니냐고 중얼거렸다.

 

나는 다시 태어난 것이다.

나의 가슴 속에서는 우렁찬 소리가 퍼졌다.

비겁한 자신과 싸워라.

'외로운 투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 무서운 경험 속에서  (0) 2014.02.07
27. 분노한 하늘과 바다  (0) 2014.02.07
28. 답답한 사람들  (0) 2014.02.07
29. 잘난 바보  (0) 2014.02.07
후기  (0) 2014.02.07
Comments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
진실의 근원 ginc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