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외로운 투쟁 (32)
삶의 진실을 찾아서
종로 2가의 큰 길가에서 찾은 대중당의 간판이 붙어 있는 한 정당의 사무실로 들어갔다.구좌석 형은 망설임 없이 당수실이란 팻말이 붙은 앞에서 노크를 한다. 비서인 듯한 사람이 처음 보는 두 사람을 두고 용건을 물어왔다. 구좌석 형이 나를 대신하여 모든 사정을 말한다.나는 처음으로 호남아로 소문이 나 있던 노정객인 서민호 의원을 만날 수가 있었다. 구좌석 형은 전부터 아는지 자기 이야기와 근간의 안부를 그곳 정당의 대표이자 국회의원인 선생께 물었고 선생도 구좌석 형의 말에 쉽게 대답도 해주었다.특히 그 분은 처음 본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 선생은 또 선생의 전 비서관이었으며 그곳 당의 조직국장인 장재철씨를 불러 나에게 소개를 시켜주었다.나는 그 곳에서 젊은 청년지사들을 장재철씨로부터 소개를 받았다...
이곳 저곳의 우체국을 드나들며 서울에다 장거리 전화를 자주 신청하였다. 처음으로 나는 현실에서의 정의감을 억제하지 못해 단독으로 민중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시민 단합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서둘렀다.연사들을 좀 보내 달라고 대중당 중앙당 당사에다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의 통화 끝에 참석자 명단을 통고 받았고 나의 결심이 실천으로 바뀌는 문제들이 남았다.먼저 장소를 예약해야 했다. 2000명 정도가 들어올 만한 장소였다. 600석의 의자까지 준비했다. 벽에 붙일 포스터도 인쇄소에 부탁하여 만들었고 30여명의 대회준비위원을 구성하였다.이런 경험이 없는 나로서 혼자 주관을 하는 일들이라 실수도 많이 생겼다. 모든 진행과 계획을 혼자 세워야 했고 준비위원 전부가 이웃 동리의 건달들이거나 공사장의 인부들뿐이었다...
5월 5일의 아침이 되었다.나의 가슴 속에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마음이 쌓였다. 나는 이런 순간 지구당 당원이며 이웃에 살았던 친구 두 사람을 불러 상의를 해 보았다. 그리고서야 등록을 서둘게 됐다. 승패에 관계없이 내가 갈 길은 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가슴에 생긴 것이다.결단을 내리고 보니 타고난 운명적인 기질이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는 소리가 내 가슴을 쳤다.언제 내가 돈 가지고 살았으며 누구의 도움으로 살았더냐 하는 배짱뿐인 마음에 운명의 신은 결국 내가 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6일 가까스로 마감시간 전에 벽보 대금을 맞추어 내고 등록을 마쳤다. 그 날 저녁 평소 당내에서 나와 접촉이 있던 대중당 대덕, 연기지구당 위원장이었던 최희수 동지가 뜻밖에 찾아왔다.전직 ..
나의 운명 속에 여분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부산에 찾아와도 당장 급한 것은 서울과 마찬가지였다. 가난한 누나가 남매지간이란 인연 때문에 억지로라도 당분간 부담을 덜 느낀 것뿐이다.그런데 당장 또 알게 된 것은 이젠 이 고장에서는 옛날처럼 행동하기가 수월하지 않은 것이었다. 유명세가 뒤에 붙어 다녔다.길을 갈려하면 사람들이 나의 얼굴을 힐끗힐끗 쳐다보는가 하면 골목길 같은 데서는 중학생이나 국민학생들이 아무개 지나간다고 떠들며 내가 안 보일 때까지 시선을 나의 곁에서 떼지 않는 것이다.한 마디로 나의 신세가 정말 설상가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이겨야 하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이곳 저곳 찾아 다니면서 아는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고 내 몫의 일당을 벌었다.부지런하게 이력서를 만들어 어떤 일자리이건 찾아 쏘..
어제의 일이 옛날처럼 느껴졌다.사람들은 긴장을 감추려고 표정을 꾸몄지만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러 왔다.나의 양심은 누구에게선가 속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만 일어났다.정권은 지능화된 방법으로 무서운 위협들을 남발하면서도 순종하는 사람들한테 공약(公約)은 절대하지 않는 추상적인 주장에는 신을 믿어온 나의 마음 속에 언제까지나 우리를 도와 주지 않는 신에 대해 부정하는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세상 사람들의 심정을 몰라 분연히 절규하고 싶은 혼자의 충동을 억누른다. 이렇게 가슴을 아파하며 한편으로 생활 때문에 쫓기며 며칠이 지났는데 매스컴에서 유신(維新)이란 생소한 말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선전하는 것인지 단순히 기사화하는 것인지 지면이 특종으로 엮어지고 있었다.나의 짧은 생애에 있어 처음 듣는 생소..
나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누구한텐가 의지해 보고 싶은 단순한 마음을 느꼈다.술이 취하면 주위가 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마다 머리 속에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올라 왔다.이판에 장가나 들어볼까 하고 나약해진 자신에게 물어보면 웃음이 생긴다.삼십이 넘은 나이는 이런 생각이 생소하게는 생각되지 않는다.이상한 일이 그 날 이후로 생기게 된다. 주위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장가 들라는 중신이 들어왔다.사람들이 권한 상대는 지금까지 상상도 못해 본 그런 여자들뿐이었다.나도 남자니까 장가를 들어 신부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같이 느껴졌으나 이런 일을 치러야 할 나의 형편은 말조차 끄집어 내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그런 속에서도 어느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되건 안 되건 선이나 한 번 보라고 나의 ..
온종일 나는 한 묶음의 청첩장을 몸에 지닌 채 나의 결혼식에 시간을 내어 줄 사람들을 찾아서 길을 헤매야 했다.「나 장가 갑니다.」금방 수줍어져 버리는 마음을 가지고서도 상대 앞에서 힘을 내 청첩장을 내어 밀었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은 나이든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장가 간다는 말에 축하한다면서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도 있었다.오후가 되면 조심을 해도 극성스런 사람들의 행동과 함께 술이 취하게 된다.나머지 청첩장 돌리는 일은 다음 날로 미루면 되었지만 딱한 생각이 다음 날 생기게 되는 것은 시간이 나의 사정따위에 머물러 주지 않고 지나버린다는 것이었다.3일 간을 뛰어다니며 돌린 청첩장 수도 헤아려 보면 70여장 밖에 되지 않았다.드디어 내일로 장가 가는 날이 다가왔다.내 사정은 이제 새 신랑의 모양을 가꾸는..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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