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외로운 투쟁 (32)
삶의 진실을 찾아서
나의 머리 속에는 이제 자신에 대한 아무 생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대답뿐이었고 자신의 양심을 구하기 위해서는 불의와 싸우든가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두 가지 결정뿐이었다. 어려운 조국을 외면하지 않는 일만이 젊은이의 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하며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든 찾게 될 것으로 믿었다. 이런 나의 결심이 확실해진 날 아침에 아내는 가방에다 나의 옷가지를 챙겨 넣으면서 몇 번이나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눈물이 고인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기는 지금 아기를 가진 몸이니 나 혼자 생각만 하지말고 태어날 아기와 자기 생각까지 하면서 어떤 행동이든 신중히 하라고 애원을 했다. 나는 나의 앞에 있는 그런 아내가 한없이 측은한 ..
아내는 어디서 구한 것인지 내가 필요로 했던 돈 40만원을 융통해 가지고 왔다.나는 그동안 생각해둔 대로 망설이지 않고 행동을 서두르며 일을 시작했다.40만원의 돈은 모래 값과 부선비, 외선비, 그리고 육지의 양륙비까지는 절대 부족한 돈이었으나 부딪쳐 보아야 하는 것이 나의 사정이 되었다. 끝내 나는 배를 빌려가지고 섬진강으로 올라갔다.부산 시내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었던 건달인 내가 모래장사를 시작한다니까 금방 섬진강에 소문이 퍼졌다.밤새도록 크레인이 물 밑의 모래를 부선에다 싣는 동안 나는 한잠도 자지 않고 조금이라도 모래를 배에다 더 싣기 위해 배 옆에서 서성거렸다.뒷날 잠에서 깨어난 부선 선주가 배에 실린 모래를 보더니 짐이 너무 많이 실려서 항해를 못한다고 길길이 성질을 부린다. 나는 그를..
나는 불의와 싸울 하나의 사회단체를 만들기 위하여 먼저 취지문과 정관을 만들어야 했다. 또 이번일만은 부산에서 시작해서 그 세력을 북상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조건에 따르는 것을 찾기도 했다.입회원서를 만들어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나누어 주면서 사회를 구하자고 설득을 해 나갔다. 이러한 행동은 일주일도 안 되어서 40여명이나 발기위원이 되어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나는 초안이 다 된 취지문과 정관을 인쇄소에다가 맡겨서 수천 부나 찍어오게 하였다. 비로소 협의회를 발족시키기 위해 입회원서를 내어 준 사람들을 소집했다.비좁은 사무실에는 35명의 발기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행동을 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일인 사회부조리 추방 청년협의회의 집행부를 구성하게 되었다.발기위원으로 참석했던 불교..
사회자가 흥분된 목소리로 나의 소개를 했다.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중앙에 있는 연단을 향해 걸어 나갔다. 수천 개의 눈동자가 그런 나의 표정을 따라 움직인다.나는 나를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나의 시선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마이크에다 대고 입을 열었다.「오늘날 조국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며 나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젊은 양심을 숨길 곳이 없어 지금의 정치현상을 알면서도 속고 있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깨우치기 위해 나와 나의 가족의 행복을 바치며 생명까지도 걸어야 할 비정한 현장에 신을 믿고 여러분을 믿으며 뛰어 들었습니다.아직까지도 정의의 소재를 찾지 못해 외로움을 느끼며 자신의 운명에 도전한 고집스런 저의 행동에 이 순간 뜨거운 박수를 보내준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당원 ..
몇 시간만 지나면 고민은 풀릴 수가 있다. 변명조차 할 건덕지가 없어서 시간은 더욱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나의 행동을 지켜보며 동정만 살피던 주위의 사람들이 충동질을 했다. 그때 사무장인 김 동지가 나의 이런 행동에 눈치를 챈 것인지 시간을 넘길 것이냐고 다그친다.나는 죽을 지경이 되어서 결정을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어쩔 수 없는 답변을 했다. 운명은 기어이 나를 어려운 일에서 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등록 마감시간을 마지막 두 시간을 남겨 놓고 사무장 앞에다 도장을 내어 주고 집에다가 전화를 하여서 500만원짜리 보증수표를 끊어오게 하였다. 주위에서 지겹게 나의 동정만 살펴보던 사람들의 얼굴에 활기가 솟기 시작한다.사무장이 준비하였던 서류를 챙겼다. 몇 사람이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조금 후에 사무실..
주위에서 불안한 일들이 눈에 띠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건들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나의 운명에는 편안함이란 잠시도 머물 수 없는 것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이지고 있었다.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세상에서 고립된 것같은 외로움을 느끼곤 하였다. 하루하루 마음 속으로 파고드는 어두운 그림자로 하여 질식할 것 같기도 하였다.나의 점포에서 일을 보는 여자아이가 속이 상해서 엉엉 우는 날이 많아졌다. 세무서의 직원들이 이틀 걸러 한번쯤 나의 장사집을 다녀간다.처음에는 몰랐지만 반복되니까 어떤 의심이 생긴다. 설마 하면서도 모르던 일은 구멍가게처럼 조그마한 점포에 4명씩이나 떼를 지어 찾아왔을 때는 마음에 집히는 것이 있었다.장사 시작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는 집에..
우연이었을까, 신의 뜻이었을까.맑게 개인 하늘에서는 그 날 오후가 되면서 구름이 끼이기 시작하였다. 후텁지근한 날씨가 금방 비를 뿌릴 것 같았다.잠잠하던 바다에서 물결이 일기 시작하였다.그런 다음 라디오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태풍주의보가 발표되었다. 하루가 지나니 바다의 파고는 5미터에서 10미터로 변했다.물기둥이 웅벽의 축강에 와서 부딪힌다. 또 다음의 물기둥이 몰려왔다. 물의 힘은 단 이틀만에 이변을 일으켰다. 파도에 의해 바다 쪽 항만청 도로의 콘크리트 조각들이 깨어지기 시작했다.며칠 전 나의 출입구에 억지로 쌓고 배짱을 부리던 옆집 사람의 고기상자들이 바다 속으로 쓸려 나갔다.내가 장사하던 땅들도 떨어져서 물 속에 잠겼다. 나의 장사집 좌우 100여 미터가 물에 의해 처참한 형상만 남았다. 나의 마..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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