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외로운 투쟁 (32)
삶의 진실을 찾아서
추석이 지난 후의 바다 물은 차가워 있었다.막상 자리를 정해 두고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니 푸른 물이 마음 속에 두려움 같은 걸 가지고 왔다. 그러나 나는 입고 있던 옷을 하나 둘 벗었다.금방 온몸이 알몸으로 드러났다. 서늘한 기운이 몸을 떨리게 한다. 밀가루 푸대를 줄에 묶고 그 줄을 배에다 동여 매었다.나는 물이 얕은 곳으로 뛰어들며 몸을 허우적거렸다. 몸 전체가 물 속에 잠긴다. 손발을 놀리며 헤엄질 쳤다. 수경을 얼굴에 맞게 고쳐 쓰고 머리를 물 속에다 들이 밀었다.얕은 바다 밑이 보였다. 금방 몸이 지칠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나는 해녀들처럼 바다 깊은 곳에서는 작업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겨우 힘을 다해 물가에서 20여미터쯤 떨어져 파도에 잠길 것 같은 물 가운데 보이는 바위까지 헤엄을 쳤다...
나의 머리 속에는 금방 신문을 돌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빨리 신문을 돌리는 배달원이 되고 싶었다.나의 마음은 겨울철인데도 열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형수가 집에 돌아온 나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자 나는 무엇인가 마음 속에서 금방 죄인처럼 자신이 위축됨을 느꼈다.그리고는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형수 앞에서 신문배달원 모집광고를 본 이야기를 했다. 그때 나의 심중은 절대 공짜 밥은 안 먹을 겁니다 하는 감정이었다.형수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후 자리에서 일어난 형수가 희멀건 강냉이 가루 죽 한 그릇을 반찬도 없이 방으로 들여왔다.나는 며칠 동안이나 애를 써서 구비서류를 갖추어 신문사에 가져다 주었다. 곧 통보하겠다는 그 쪽 사람들의 말을 믿고 집에 돌아와서 하루하루 겨울의 추..
큰 대문이 양쪽으로 열려 있었고 건물이 있는 담장 안의 지면에는 온통 쇠뭉치들로 가득 쌓여 있었다. 두 사람이 비껴 지날 만한 통로가 건물의 양쪽으로 나 있었고 그 입구에는 사무실이 보였다. 사무실 안에는 전부 중국인 같은 사람들이 저희들끼리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고 받으며 떠들었다.나는 그런 사람들한테 내가 찾아 온 용건을 말했다. 마침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건장한 중국인 청년이 별 이야기도 없이 나를 보고 자기를 따라 오란다.나는 그 청년이 가는 대로 뒤를 따라 갔다. 나무로 짜여진 문짝을 밖에서 밀고 건물 속으로 들어가는데 꼭 굴 속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실내는 캄캄했고 어느 쪽 벽에도 창문은 없었다. 굴속 같은 곳의 천정에는 30촉짜리 전구 두 개가 매달려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는데 한참이나..
해군과 공군은 인기가 있어 지원하는 데 상당한 돈이 든다고 들 했다.나는 비교적 지원 입대가 수월한 육군하사관 쪽을 선택하였다. 대서소에서 부탁을 하여 지원자 양식에다 써 넣어야 할 사항을 기재하고 나니 대서소의 사람이 접수증을 받아다 주면서 신체검사의 날짜와 필기시험 날짜들을 알려 주었다.대서소를 나오니 나의 머리 속에는 유니폼을 입은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로 군인이 될 수 있을까.군인이 된 나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며칠 남은 날짜들을 기다렸다. 군대의 지원서류를 접수시킨 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신체검사였다. 흉위가 키의 절반이 못되었던 나는 지원병으로서는 너무 신체가 여윈 편이었다.이런 사정 때문에 생기는 걱정과 기대가 교차되는 가운데 며칠이 지나간 뒤였다. 필기시험을 치른다는 날 병사구사..
지금까지 외웠던 다른 군인 수칙보다 길게 연결된 혁명공약은 6가지나 있었고 점호 시간 때마다 소대원이 복창을 하며 외우게 하더니, 며칠이 지나자 점호 시간이 되면 한 사람 한 사람 지적을 하면서 강압적으로 암기상태를 확인을 하였다. 다른 훈련병들은 잘도 외워대었고 금방 암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나는 왜 혁명을 한 높은 군인들이 철학과 실천을 통하여 목적을 행하려 하지 않고 문장을 통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무리 애써봐도 이런 암기사항이 머리 속에 외워지지 않았다.나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외우지 못했고 이런 나 한 사람 때문에 소대원들은 집단기합을 받았다. 이런 일이 생기니 소대원들은 점호시간만 되면 아예 내가 지적을 받을까 봐 모두가 함께 걱정을 했다.원산폭..
나는 하사로 진급이 되었다.나와 같은 연도(年度)에 입대하였던 사병들은 제대를 하여 부대를 떠났다. 그럴 때마다 정들었던 그들을 보내는 것이 마음 속에서 외로움을 만들었다.낯익은 얼굴들이 떠난 후면 낯선 보충병이 오고 같은 숫자의 부대원들을 보면서 나는 새로 오는 전우와 부대에 남았다.세월은 나를 성숙한 군인으로 키워주고 있었다.또 몇 년이 지나자 나는 고참하사가 되었다. 같은 계급장을 붙인 하사들이 나를 보면 하사님이라고 불렀으니 고참인 셈이다. 그리고 해를 넘기니 하사들은 중사로 진급한다. 나도 중사가 되겠지 하고 기다렸다.몇 년 후배가 중사진급을 하였다. 나는 그 원인을 궁금히 여겼다. 진급 기회만 오면 해당자들은 진급을 위해 손을 쓰는 모양이었다.나는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군대행정에 대하여 실망..
나의 입장은 딱하게만 변해 갔다.이거 속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겼고 처음으로 세상에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도 생겨났다.막연하게 형님 내외분이 마음을 바꾸어 주길 기다려 보았으나 모든 기대는 부질없는 생각에 불과하였다. 나의 처지가 더욱 딱하게 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내었다.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마음이 두 사람을 대하기가 여간 거북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비관이 더 먼저 생겼다.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이런 나한테 위로되는 말 한 마디하는 사람이 없었다.반복했던 지난날의 운명을 두고 생각만 해도 서러움이 생겨나고 있었다. 나의 마음은 그만 자신을 지키기에도 의욕을 잃었다.그런 나한테 어느날 아침에 일이 또 생겼다. 금방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나를 두고 형님은 옆..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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