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와 자등명 법등명

무아와 업의 과보를 짊어지고 가는 윤회의 주체간의 문제는 불교의 핵심적인 논의 과제였습니다.

무아를 주장하다보니 부처님이 말씀하신 전생의 공덕에 의해 해탈과 제자들에 내린 수기론과 배치되는 현상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불교학자들이 무아의 근거로 오온의 무상함을 주장하는데

그들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오온(색, 수,상,행,식)중에

고정 불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아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초기경전에서 무아를 논하는 방식은

남방 팔리어 경전이든 북방 아함경이든 모두 ‘색은 나가 아니다’고 밝히고

다시 ‘수상행식도 이와 같다’는 식의 부정적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방의 상응부경전 무아상경을 보면

“색은 나의 것이 아니다. 색은 내가 아니다. 색은 나의 아트만이 아니다.”고 표현하고 있고,

잡아함경에도 “색을 가진 것은

일체가 나가 아니고 나와 다른 것도 아니고 서로 안에 있는 것도 아니다.”고 하고 있지

내가 없다고 표현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어법은 오온을 자아로 생각하여 그에 집착하는 아집을 무너뜨리기 위한 방편으로

색을 나로 알거나, 나를 색을 가진 것으로 알거나, 색이 나 속에 있다거나

내가 색중에 있다고 하는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밝히신 것이지

나의 실체가 모두 '無'임을 말하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불교학자들 중에는 무아가 아니라

비아가 부처님의 본래 의도였다고 하는 논지를 펴는 학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즉 영원히 불변하는 나의 실체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동일성을 유지하는 윤회의 주체는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무아설이 불교의 기본 입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부처님은 이생에서 부지런히 배워서 진리를 깨치고 좋은 선근을 얻으면

후생에서도 법을 바로 보게 되고 더 많은 공덕을 지을 수 있어

해탈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신 바 있습니다.

 

이 말씀은 이생에서 얻은 좋은 덕성을 이어가는 윤회 주체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혼돈되지 말고 명확한 부처님의 진의를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고자 했던 것은

이 세상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자아 또한 고정된 불변의 실체가 아니며

변화하기 때문에 고정된 아가 없다고 하신 것이지

윤회를 이어가는 주체가 없다는 말은 아닌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로 아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윤회를 설명하는 좋은 비유가 있습니다.

강물에 발을 담갔다 빼고, 다시 발을 담글 때

처음 발을 담근 강물과, 뺐다가 다시 담군 강물은 같을 강물일까요?

처음 발을 담근 강물은 이미 아래로 흘러갔고,

다시 발을 담글 때의 물은 위에서 새로 내려오니 다른 물입니다.

하지만 물이 다르다 해도 우리는 같은 강물이라 합니다.

강물은 흘러가고 다시 내려오면서 변하지만 여전히 같은 강물인 것입니다.

변하기 때문에 고정된 강물은 없지만, 변화하면서 하나로 인식되는 강물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치로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의 핵심인 윤회와 윤회의 주체간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는 것입니다.

 

즉 사람의 영혼은 아트만과 같이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짓는 바에 따라 사람이 되었다, 짐승이 되었다 끝없이 변하는 것입니다.

진기 0%의 물질과 같이 되었다가 진기 100%의 완전한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오온이 자기냐? 하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신 것입니다. 

---[질문]---

불교를 공부좀 하셨다는 분들은 불교의 핵심 사상인 - 나는 없는 죽으면 그 실체란 것은 없고 보이는 건 다 흩어지는 무아사상을 말하고 있는데, 석가모니는 자등명 법등명이란 말을 하였습니다. 자등명 법등명의 뜻은 자신을 의지하고 법을 의지하라는 뜻인데, 스스로 나라고 할만한 실체가 없는 무아사상을 말하면서 자신을 의지하란 말이 뭔가 어긋나 있는 듯 하단 생각이 많이 드네요. 아시는 분들은 답변 부탁드립니다..